[피로사회 - 한병철] 이 시대가 반드시 읽어야 할 철학!(내용 요약 포함)

[피로사회 - 한병철] 이 시대가 반드시 읽어야 할 철학!(내용 요약 포함)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정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인 한병철 작가의 "피로사회"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것은 피로사회가 철학 책이라는 것입니다. 일단 철학이라고 하면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공자... 무조건 외국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이 집필한 철학책이라니... 책을 손에 잡은 그 순간부터 이미 큰 흥미에 사로잡혔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에 절대로 서문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습관이 있습니다. 서문을 읽음으로써, 그 책이 담고 있어서 앞으로 만나게 될 내용에 매료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문의 내용이 본문을 이해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도 서문의 역할이 특히 컸습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는 두 가지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피로사회는 2010년 가을 독일에서 출간되었고, 출간되자마자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첫 문장입니다. 여러분은 독일하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자동차나 소세지가 떠오를 수도 있지만 독일은 철학의 본고장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위대한 철학가들이 독일에서 등장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니체, 마르크스, 슈바이처, 칸트, 헤겔과도 같은 인물들뿐만 아니라 한번쯤은 들어봤을 라이프니츠, 엥겔스, 하이데거와 같은 거장들, 그리고 미처 다 적지 못해 아쉬운 수 많은 철학 분야의 위인들이 독일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철학의 고장에서 한국인이 쓴 철학책이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 앞서 잠시 얘기했던 것처럼 정말 놀라웠습니다.

    또 한 가지 저를 사로잡았던 것은 서론의 마지막 문장이었습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정말 격하게 공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감을 넘어서서 마음 속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사회 곳곳의 얘기를 전해 듣지 않더라도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삶을 착취당하며 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 삶의 착취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꿈꾸며 살지만 그러한 삶이 언제 찾아올지는 알지 못한 채로 그저 막연한 한 가닥의 희망의 빛을 바라보며 착취 당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저자는 착취한다는 술어의 피동주가 자신일 뿐만 아니라 행위자 역시 자기 자신이라는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그런 현실, 이 현실 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피로를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 한 문장으로 인해 생각의 빗장이 벗겨지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본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본문의 첫 장은 더 이상 어떠한 것도 틀린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속에서 겪는 일종의 장애를 다루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제는 어떠한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어 버렸고,

    모든 것이 가치 있는 것이며, 아무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들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해 스스로를 점점 소멸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이 끔찍한 소멸 과정이 피동적으로 겪어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긍정의 힘이 과잉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풀어나갑니다. 긍정의 힘이 너무 지나치게 발현 되기 때문에 우리는 소멸되는 자신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막연한 무한긍정에 잠식되어가는 것입니다.

    저자의 이어지는 말에 따르면, 힘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는 긍정적 힘으로써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 힘으로써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입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만 있고 하지 않을 힘은 없다면 우리는 치명적인 활동 과잉 상태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무언가 생각할 힘밖에 없다면 사유는 일련의 무한한 대상들 속으로 흩어질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활동을 저지해야 하는 힘이 필요하며, 밀려들어오는 생각을 부정할 힘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자가 계속해서 경고하는 이 시대의 문제점은 바로 그러한 긍정성의 과잉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활동보다는 사색을 높이 평가하는데, 깊은 사색이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대응을 가져다주고, 관조하는 삶이 없이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사색적 능력의 상실이야말로 무엇보다 활동적 삶의 절대화와 관련이 있으며, 근대적 활동사회의 히스테리와 신경증을 낳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이어서 니체를 인용하면서 활동적인 삶에 대해 한층 더 부정적인 입장을 다지고 있습니다. 바로 고차원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긍정적인 힘의 과잉과 활동적인 삶에 대해서 경고를 던지면서 피로사회에 대해서 묘사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살아온 성과사회에서는 피로가 발생하고, 그 피로는 그 자체만으로 폭력이 됩니다. 왜냐하면 피로가 모든 공동체, 공동의 삶, 친밀함, 심지어 언어 자체마저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피로가 삶을 파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근본적인 피로는 특별한 시각이 깨어나게 해준다고 말합니다. 그 특별한 시각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다는 무엇을 내버려두어도 괜찮은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면서 깨어납니다. 깊은 피로는 정체성의 조임쇠를 느슨하게 풀어놓는 역할을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탈진의 피로는 긍정적 힘의 피로입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갑니다. 왜냐하면 긍정의 힘은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힘만을 주기 때문입니다. 영감을 주는 피로는 부정적 힘의 피로, 즉 무위의 피로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이 느끼는 피로는 무언가를 하지 않도록 이끌어주고 그것은 무엇이든지 하도록 조장하는 이 시대에서 꼭 필요한 노곤함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삶에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근본적인 피로만으로 끝나지 않고, 부정적인 피로가 곧 몰려오게 됩니다.

    어떠한 것도 부정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가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한탄 속에서 좌절하고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긍정적인 힘의 과잉으로 인해 스스로 빠진 결과이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 때문에 피로한지도,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심지어는 시도조차 하려고 하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이 책의 부록에서 소개된 “우울 사회”에서는 우울증 같은 현대의 심리 질환들은 모두 자학적 특징을 나타낸다고 말하며, 타자에게서 오는 폭력이 사라지는 대신 스스로 만들어낸 폭력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말하는데, 그러한 폭력은 희생자가 스스로 자유롭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특별히 우울증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굉장히 일리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다 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회 속에서 더 이상 할 수 있을 수 없다는 의식은 파괴적 자책과 자학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자책과 자학은 심각한 우울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우울증에 대한 저자의 접근은 이 시대에 만연해 있는 우울증에 대해 어쩌면 새롭고 획기적인 치료법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계속해서 긍정의 힘만을 강조하는 이 시대 속에서 이제는 그만하겠노라고 말할 수 있는 부정의 힘, 무한한 가능성을 내세우며 인간으로 하여금 계속 활동하게 만드는 이 현실 속에서 표면적인 활동을 중단하고 깊은 숙고를 먼저 실행할 수 있다면 내 삶에서는 불가능할 것처럼 느껴졌던 고상한 삶이 우리의 삶에도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한 줄 리뷰!]

    "스스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자처하며 소멸하는 모노드라마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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