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범죄가 허용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범죄가 허용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책을 덮으면서 마치 이야기의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의 머릿속이 되어버린 기분을 느꼈습니다. 생각 많은 주인공에게 너무나 깊이 이입이 되어 버린 것인지 온갖 종류의 논쟁 거리가 머릿속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쳤습니다.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많은 고민 중에서 한 가지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비범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은 것일까?”

     

    죄와 벌에 나오는 범죄론의 핵심 내용

     

    작품 중반에 라스콜리니코프는 저당 잡혔던 물건을 찾기 위해서 포르피리와 만나 대화를 하게 됩니다. 그 때, 포르피리는 라스콜리니코프가 쓴 논문 “범죄론”이 정기신문에 발표된 것을 보고,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 논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범죄를 행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를 가진 어떤 종류의 인간이 있어서, 그런 사람에게는 법률 같은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암시하고 있는 부분이었지요... 문제의 요점은 말이지, 이 분의 논문에 의하면 인간은 평범한 범인과 뛰어난 비범인으로 분류되는 거야. 범인은 복종을 하고 법률을 어길 권리가 없다. 그러나 비범인은 범죄를 저질러도 무방하며 법률을 침범할 권리를 지닌다는 주장이지. 그렇지요?"

    -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중에서

     

    이 대목을 접하는 순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가 떠올랐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범죄가 허용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영화 시빌워

    이 영화에서는 영웅들이 자신들의 활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 것을 깨닫고, 죄책감을 느끼며 정부의 통제를 받자는 진영과 자신들은 어떤 정부나 기관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진영으로 갈라져서 갈등을 겪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가 떠오른 이유는 영화 속 갈등의 출발점이 되는 소재가 바로 죄와 벌 속의 “범죄론”에서 다루는 비범인이 목적을 위해서 법률을 어기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영웅들을 비범인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들은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활동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그들의 소위 "지구 수호 활동"에는 많은 생명을 잃게 되는 큰 사고는 아니더라도 법률을 어기는 일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인명피해가 아닌 조금 더 작은 범위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악당을 추격하기 위해서 선량한 시민이 살고 있는 안락한 집의 문을 부수고 침대를 던지고, 가전제품을 총알받이로 사용하며 집 안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것 또한 엄연히 법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일까요? 바로 이러한 작은 문제들이 쌓여서 영화 속 핵심 주제가 되는 갈등을 빚어낸 것입니다. 물론 죄와 벌에 대한 감상평을 쓰는 이 자리에서 영화 속에서 멋진 활약으로 인류를 수호하는 영웅들의 위대한 동기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까요? 

     

    저는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도 오랜 역사를 거쳐서 꾸준히 비범인 혹은 비범한 단체나 특정 국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빈번하게 법을 무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목적이 결국 인류의 존속을 위한 것이라고 장엄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도 말이죠.

     

    물론 저는 감상을 나누는 블로그 안에서 이 주제의 이야기가 너무 심오하거나 광범위한 범주로 확장되어 나아가는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언급하는 비범인의 예 중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나폴레옹만을 통해 이 문제를 더 숙고해보고자 합니다. 죄와 벌 속에서 나폴레옹은 한 때, 프랑스의 제 1통령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통해 전 유럽을 호령했던 비범인의 대표적인 인물로 여겨집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얘기를 빗대자면, 비범인인 나폴레옹이 돈을 훔치는 것을 계획하였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노파를 죽일 수 밖에 없었다면 살인일지라도 주저하지 않고 실행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나폴레옹을 분명히 비범인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의 행동 또한 지지하고 있지만 과연 나폴레옹의 행동이 정말 정당화 될 수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유럽을 장악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칼과 화포와 병사들에 의해서 죽어갔을지는 굳이 역사책 속에 기록되어 있는 전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지 않더라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비범인" 나폴레옹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생명 역시 이 책의 주인공에게 희생당한 14등관의 미망인 늙은 노파와 그의 여동생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가 궤짝에서 돈을 훔치기 위해 두 사람을 도끼날로 살해한 것이 범죄라면, 나폴레옹이 유럽을 장악하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 역시 범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처럼 비범인으로 여겨지는 사람일지라도 법 위에 올라서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한낱 범죄 행위에 불과하며 그 일을 행하는 순간 그 역시 댓가를 치러야 하는 한 범죄자가 아닐까요?

    결국 범죄를 저지른 이후에 라스콜리니코프를 짓누르던 죄책감과 자백하고 난 뒤 겪는 감옥 생활은 죄와 벌 속 “범죄론”을 인용하며 그가 주장하는 내용이 결코 성립될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비범인의 범죄는 무죄라고 생각하면서도 자백하고 난 뒤에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기 때문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작은 사회 집단 한 구석에서조차도 범죄를 저질러도 무방하고 법률을 침범할 권리를 지닌 사람은 단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한 줄 리뷰!]

    "사람은 죄 짓고는 못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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