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세계였을 때 - 스튜어트 고든] 세계관의 반전!

[아시아가 세계였을 때 - 스튜어트 고든] 세계관의 반전!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접해볼 수 있는 책 "아시아가 세계였을 때"에 대해서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의 제목이 “아시아가 패권을 잡았을 때” 혹은 “아시아가 주인공이었을 때” 정도의 제목이 아니라 “아시아가 세계였을 때”라는 것에서 왠지 모를 속 시원함이 느껴졌습니다. 세계 공용어가 되어 버린 영어와 모든 정치 및 경제 분야의 작동 원리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 편향되었다는 것에 아시아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왠지 모를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에 선다면?

    근대화 과정 속에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 사회가 힘과 기술을 사용해서 세계의 패권을 잡은 이후로 세계 전체의 힘의 무게중심이 지금까지도 그들에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의 저자로 잘 알려진 새뮤얼 헌팅턴(Samual P. Huntington)은 모든 문명은 각자 자신의 문명을 기준으로 세계를 파악한다고 집필했습니다. 근대 이후로 세계관을 정립시킨 주체가 서구였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 동쪽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아시아 일대를 아울러 가리키는 동양(東洋)이라는 단어 자체가 탄생하게 되었으며, 아시아권 문명들은 세계의 중심이 아닌 타자(他者)로 취급받곤 했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아직도 서구를 중심으로 동과 서로 나눈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동쪽으로 가야 만날 수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이라고 말하는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을 개선할 수는 없을까요?

     

    이러한 일종의 문명의 정체성에 대한 갈증을 이 책이 시원하게 해소시켜줍니다.

    책의 첫 장은 7세기부터 시작하는데, 어딘가에서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현장이라는 한 승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장, 그리고 불교 경전을 찾기 위해 인도로 떠나는 그의 긴 여정은 어릴 적 서유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참 익숙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요괴를 물리치며 긴 여행을 하는 삼장법사의 이야기인 서유기가 바로 이 현장의 여정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현장 승려 동상

     

    서유기에 푹 빠져 있던 경험이 있어서 그랬는지, 책을 읽으면서도 한번쯤 서유기에 관한 언급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설렘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주제인 세계관에 대한 책을 이러한 설렘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책을 끝까지 읽었음에도 현장이 손오공이나 저팔계 같은 동행인이 있었다는 부분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여정 속에서 당시 아시아가 그 광활한 영토를 통합할 수 있는 문화와 종교를 가지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중국에서 인도까지 비행기로 가면 금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7세기 당시에는 육로를 통해서 오직 말이나 낙타 혹은 도보로 이동해야만 했기 때문에 현장이 떠난 여정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고 어쩌면 한 평생을 걸어야 하는 어마어마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런 길을 한 승려가 왕복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흥미롭게도 이미 당시 아시아 대륙에 교통망과 숙박시설이 잘 갖추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시아의 의사, 상인, 외교관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시아가 과학, 무역을 포함한 상업, 제조업, 정치, 교육 등에서도 서양보다 훨씬 월등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집중해서 읽다보면 서양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잊게 되고 책의 제목처럼 세계에 아시아만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마지막에 소개 된 인물은 포르투갈의 한 상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계속해서 아시아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소개되다가 마지막에 유럽의 인물이 등장한 것은 눈여겨 보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의 아시아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당시 아시아가 서로 다른 많은 나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통하는 문화가 있었고, 법이 있었고, 관용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그들의 국경을 넘는 여행을 할지라도 예우를 지키고 때로는 접대를 받으면서 안전하게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포르투갈 이방인은 불쌍하게도 당시 서양의 문화를 아시아에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유럽에서 통했던 힘의 원리나 가치관이 아시아에 도착한 순간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옥에 갇히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는 이 불쌍한 서양인의 사건이 아시아 대륙 앞에 유럽 대륙이 얼마나 왜소하고 약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마지막 이야기에 더욱 의미를 더하는 것은 불쌍하고 무모했던 포르투갈인의 이야기 이후부터는 서서히 세계의 힘의 균형이 유럽으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그 힘의 균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바램과 의지를 담아 말하자면, 이러한 서구 중심적인 세계의 판도는 더 이상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더욱 그러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됩니다. 천년 동안 꽃 피었던 아시아의 힘은 세계 판도를 바꾸는 관성으로써 작용할 것이고, 서양으로 기울어져 있는 균형의 추는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미래는 세계 변화의 빠른 흐름을 생각해봤을 때,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서 인용했던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에서는 냉전 이후 세계를 구분하는 것이 어떠한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념이나, 국가가 아닌 문명이라고 소개합니다. 세계를 휘어잡았던 서구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펜을 들어서 세계 지도를 각각의 문명권으로 나누는 경계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어떤 문명의 판 위에 서있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을 바르게 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세계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이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라고 일컬어질 것입니다.

     

    [오늘의 한 줄 리뷰!]

    "흥행 대박 예감! 아시아가 세계였을 때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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